What I learned — 이직 6개월 회고

Jiyu Han
6 min readAug 20, 2023

2023년 1월 30일 회사에 합류했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8월 20일, 이직한 지 7개월이 되어가고 있네요. 7개월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느꼈습니다.

지난번 퇴사 회고 글에서 목표를 이렇게 말했는데요.

잘, 즐겁게,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이 목표이다.”

7개월 동안 저는 과연 그 목표를 달성했을까요?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잘’, 그리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지난 7개월을 되돌아보며 글을 적어봅니다.

What I learned

나는 좋은 프로덕트만큼이나 팀이 중요하다.

지난 7개월 동안 가장 크게 배운 점이 있다면 내가 어떤 환경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는 점이다.

회사는 자율 출퇴근이지만 거의 매일 출근하고 있다. 그 이유는 회사에 업무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고 ‘팀’이 있기 때문이다. 출근하면 궁금한 게 생기면 뒤만 돌아서 자연스레 업무 관련 대화를 할 수 있기도 하고, 또 매일 같이 밥을 먹고 수다 떨면서 하루에도 10번 넘게 빵 터져서 웃곤 하는데, 그런 하루가 참 좋다.

사실 이번 이직을 할 때 나는 원격으로 근무하는 회사는 선택지에 조차 넣지 않았다. ‘미국/전사 원격’ → ‘한국/출근’으로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 넘어와서 적응을 잘 할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고, 주변 친구들이 “주 5일 왕복 2시간 출퇴근하면 다시 원격 근무하고 싶다고 할걸~” 장난스레 말하곤 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ㅎㅎ

7개월 동안 나는 정말 좋은 프로덕트를 디자인하고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팀과 동료애’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배웠다. 매일 같이 얼굴 보고 대화하고, 떠들고, 치열하게 일하는 팀원들이, 우리 팀이 좋다.

같은 직무끼리 교류할 수 있는 문화는 중요하다.

회사에서는 목적 조직이 하나의 팀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한다. 그리고 같은 직무끼리는 직무별 챕터가 있다. 팀의 규모가 커질수록, 목적 조직으로 일할수록 같은 직무를 하는 팀원끼리 교류하고 도울 수 있는 자리와 장치를 잘 마련해 둘 필요가 있고, 그게 회사에도 개인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배웠다.

이전에는 항상 규모가 작은 조직에 속해있다 보니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외부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만나야만 했다. 지금 내가 속한 챕터는 아직 15명 정도로 규모가 작아 굉장히 사이가 끈끈하다. 회사 내에 나와 같은 일을 하고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상대가 15명이나 있다는 사실이 참 좋고 도움이 된다. 모르는 게 있으면 사소한 것이라도 자주 묻고, 서로가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그리고 우리가 더 잘 일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한다. 가장 최근에는 업무 외에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모두가 정말 개고생하는 동안, 서로 더 많이 알게 됐고 고생했다 다독여 주면서 동료애 이상의 전우애를 느꼈다.

배움은 훔쳐 먹는 것이다, 그리고 모르면 물어보자.

이전에 SNS를 통해서 공유한 적 있는데, 나는 김태리가 수상 소감으로 남겼던 이 문구를 정말 좋아한다.

“배움은 그 누구도 챙겨주지 않고, 내가 훔쳐 먹는 것이다”

배움은 누가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열심히 묻고, 배우려 노력하면서 깨우쳐야한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회사에 정말 훔쳐 먹을 게 지천에 널렸을 정도로 배울 게 많다. 그래서 정말 과수원에서 과일 따 먹듯이, 다양하고 깊은 배움을 습득하고 체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하나 더 배운 점은 모르면 적극적으로 물어봐야 한다는 것. 물어보면 내가 혼자 3시간 고민할 일을, 30분 만에 해결하고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 혼자 헤매는 것보다 이전에 해봤던 사람의 지식을 바탕으로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게 훨씬 빠르다. 그러니까 정말 사소한 것 같아도 꼭 물어보자. 그리고 배웠다면 또 미래의 나와 비슷한 상황의 팀원을 위해 공유하자.

답은 내가 아닌 유저에게 있다.

디자이너로 업에 대해 가장 크게 배운 점이라고 한다면, ‘답은 언제나 내가 아닌 유저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항상 유저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생각만큼이나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내부 사용자를 위한 툴을 만들다 보니 정말 쉽게 사용자를 만날 수 있는데 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이 절대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부터 사소한 버튼 배치 고민까지, 답이 안 보이고 잘 모르겠을 때, 사용자를 찾아가면 언제나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내부 툴을 만들던, 외부 SaaS를 만들던 간데 내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일하는 동안에는 이 배움을 절대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열심히 하는 만큼 ‘잘’ 하기 위해 노력하자.

열심히 하는 만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열심히만 하지 말고 잘해라 이런 의미가 아니라, 우리는 더 오랜 시간 일할 때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무턱대고 열심히 오랜 시간 일하는 것보다 어떻게 해야 이 일을 ‘잘할까’를 고민하고 학습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돈을 모을 때 복리로 모으면 빨리 모으는 것처럼 우리가 복리 효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는 일을 어떻게 잘 할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투자해야 한다.

Connecting the dots

길지 않은 커리어지만 내가 찍어왔던 점들이 연결되는 순간이 생겨나고 있다. 그럴 때 정말 신기하고 짜릿하다.

내가 좋아서 매일 같이 하던 글쓰기와 좋아서 하던 인터뷰를 회사 안에서 써먹었다. 나와 같은 직무 팀원분들을 인터뷰하고 우리 직무를 알리기 위한 글을 발행했다.

또 이전 회사에서 풀려고 노력했던 데이터 분야에서의 어려움이 현재 회사에서도 비슷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회사 내에서 풀어보고 있다. 이전 회사에서 처음으로 데이터라는 새로운 인더스트리와 해당 직군에 대해 배우는 과정이 정말 복잡하고 어려웠는데 그때 했던 노력 덕분에 결국은 지금 사용자들이 겪는 불편함과 어려움을 모두 공감하고 알아들을 수 있었다.

지금 내가 하는 모든 다양한 업무들도 결국엔 어디선가 다 쓰이고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찍었던 모든 점이 이어지는 순간은 얼마나 짜릿할까 기대된다.

잘 쉬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하다.

이 모든 것들만큼이나 스스로 ‘잘 쉬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올해 내 목표는 ‘잘, 즐겁게, 오래’였다. 마지막 단어인 ‘오래’, 즉 지속 가능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잘 쉬어야 한다.

작년에 빡빡하게 살다가 오랜 기간 번아웃과 무기력증을 겪으며 목표를 달성하고 하나씩 레벨을 깨듯 살아가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올해는 나의 에너지 레벨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억지로 나를 몰아세우는 게 아니라 그저 하던 대로 습관을 만들어 하고, 힘에 부친다 싶은 걸 알아차리면 멈춘다.

그리고 나는 항상 쉴 때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하다 보니 생산적이긴 하지만 온전한 쉼을 가질 수 있는 취미가 없었다. 그래서 올해는 나만의 취미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다. 재즈 공연도 보러 가고, 차와 와인도 배워보고, 그림도 그린다. 최근에는 수영을 꾸준히 배우고 있는데, 실력이 올라가는 재미는 있는데 헬스나 필라테스만큼 힘들게 하지 않아도 돼서 재밌게 배우는 중이다. 이렇게 잘 쉬고, 즐기고, 알아차리다 보니 바쁜 와중에도 삶을 더 생생하게 느끼고 훨씬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 코칭을 배우고 있고, 회사 내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맡고 있어서 올해 말 1년을 회고할 순간에 얼마나 많은 배움이 있을지 기대되네요. 듬뿍 즐기고 배우다가 또 공유하러 올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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